요즘처럼 아침저녁 온도차가 크고, 몸이 쉽게 피곤해지는 날엔 딱히 감기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분명히 기운이 빠진다. 예전엔 이런 날도 그냥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특히 40대 후반, 5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더더욱 그렇다.
몸이 축 처지고 입맛이 없을 땐 자극적인 음식보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자주 떠오르는 음식이 추어탕이다. 어릴 적엔 그 비릿함이 싫어 피해 다녔지만, 이제는 몸이 먼저 찾는다. 감기기운이 도는 날, 피로가 쉽게 쌓이는 날, 추어탕 한 그릇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크다.
● 추어탕이 기운 없을 때 좋은 이유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주재료로 한 국물 요리다. 미꾸라지에는 고단백 영양소와 DHA, EPA 같은 좋은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군과 철분도 많아, 기력이 떨어졌을 때 딱 맞는 음식이다.
여기에 더해 들깨가루, 마늘, 생강 등 몸을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재료들이 함께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항암 치료 중인 환자들의 회복식으로도 종종 추천된다고 한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는 이 음식은 몸이 허할 때 최고의 보양식이라 할 만하다.
● 9천 원에 감동, 혜자스러운 추어탕집
며칠 전, 우연히 들른 추어탕집이 정말 인상 깊었다. 이름부터 소박했지만, 추어탕 정식이 단돈 9천 원. 요즘처럼 외식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는 시대에 이건 정말 혜자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가격이 아니라 음식의 정성이었다. 보통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믹서에 갈아 국물을 내지만, 이 집은 직접 삶은 미꾸라지를 체에 곱게 걸러낸다. 입자 하나하나가 곱고 부드러워 국물이 맑고 깔끔하다. 비린내는 전혀 없고, 오히려 들깨의 고소함과 함께 은은한 깊은 맛이 느껴진다.
거기에 반찬이 무려 5~6가지. 계란말이, 제철나물, 오이무침, 명태조림, 콩나물무침 등 집밥 같은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양이나 맛 모두 '이 가격에 가능한가?' 싶을 정도. 밥 한 공기 더 시켜도 눈치 안 보이는 그런 분위기까지도 좋았다.
● 따뜻한 한 그릇이 필요한 날엔
그날 이후로 나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몸이 차다고 느껴질 때면 다시 그 집이 떠오른다. 밥값이 아니라 정성과 위로가 담긴 한 끼. 기분까지 포근해지는 그 맛은 단순한 외식 경험을 넘어선다.
요즘 기운 없고 입맛 없는 날이 많다면, 약보다 먼저 추어탕 한 그릇 추천한다. 속이 데워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 이게 바로 ‘진짜 보양식’이 아닐까.
📍 내가 다녀온 혜자 추어탕 맛집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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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이름: 엄마와 추어탕
- 위치: 부산 기장군 기장읍 차성남로65번길 7 1층 엄마와 딸 추어탕
- 가격: 추어탕 정식 9,000원
- 특징: 직접 삶은 미꾸라지를 체에 걸러 정성 가득, 반찬도 다양하고 깔끔함
- 후기: 기운 없을 때마다 생각나는 집. 가격, 맛, 정성 모두 만족.
엄마와 딸 추어탕 바로가기
● 마무리하며
가끔은 몸이 먼저 음식을 찾는다. 그리고 그게 내 몸에 맞는 음식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그 음식은 더 이상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기운 없을 때, 몸이 허할 때, 감기 기운이 도는 날. 꼭 한 번 추어탕을 먹어보시길. 특히 이런 혜자스러운 집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다.
정성 가득한 따뜻한 한 그릇, 때론 그게 최고의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