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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여름, 조용한 여행지 ③ 제주 바람 따라 천천히 걷다

by 은빛 건강 일기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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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 외돌개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제주를 찾지만, 시끄럽고 북적이는 관광지를 벗어나 조용한 길을 걷고 싶은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시니어 여행자에게 제주도는 빠르게 다니기보다 천천히 걷고, 잠시 멈추고, 조용히 쉬어가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름 제주에서 바람 따라, 나무 그늘 따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세 곳의 시니어 맞춤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1. 서귀포 쇠소깍과 외돌개 – 조용한 바닷가를 따라 걷는 아침

제주의 하루는 서귀포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쇠소깍은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물빛이 유난히 맑고 투명한 데다, 양쪽으로 숲이 감싸고 있어 걸으면 걸을수록 시원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아침 9시 이전에 도착하면 주변이 고요해 숲 사이로 비추는 햇살과 바람 소리만 들립니다. 산책로는 데크와 평탄한 흙길이 이어져 있어 무릎에 부담 없고, 곳곳에 마련된 쉼터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의 종점쯤에는 외돌개가 기다립니다. 높은 기암이 바다 위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지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 앞 바다를 바라보며 오래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여행자 TIP: 외돌개 인근에는 노포 식당이 여럿 있어 옥돔구이나 자리물회, 은갈치 정식을 아침 겸 점심으로 즐기기에 좋습니다. 식사 후엔 근처 이중섭 거리를 따라 산책하며 그의 작품이 담긴 작은 미술관을 관람하거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도 추천합니다.

비자림숲

2. 비자림과 사려니숲길 – 깊은 숲 안에서 만나는 낮의 고요함

제주의 중앙에는 낮에도 시원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비자림사려니숲길입니다.

비자림은 2천 그루 이상의 비자나무가 뿌리를 내린 숲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걷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오직 새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이 귀에 남습니다. 길은 약 1.5km 순환로로 평탄하며, 데크와 흙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장시간 걷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늦은 아침이나 점심을 마친 후 이곳을 찾으면 나무 그늘이 깊어 햇살이 비껴 들어오는 숲의 분위기가 가장 좋습니다. 휴대용 의자나 돗자리를 챙겨 가볍게 앉아 쉬어가도 좋고, 길 곳곳에 놓인 벤치에서도 눈을 감고 잠시 명상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사려니숲길은 붉은 흙길이 인상적인 곳으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호흡기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입부터 완만한 경사와 데크길이 이어지며, 중간중간 쉼터와 안내소, 화장실도 갖춰져 있어 시니어 여행자에게 특히 적합합니다.

여행자 TIP: 이 두 숲길 주변에는 작은 전통찻집들이 많아, 쑥차, 황칠차, 유자차 등을 마시며 건강한 휴식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식사는 조천읍 또는 성읍민속마을 부근의 시골밥집에서 곤드레밥, 고사리비빔밥, 들깨미역국 정식 등을 추천합니다.

협재해변

3. 가파도와 협재해변 – 바람 많은 작은 섬과 넓은 바다로 향한 오후

늦은 오후에는 바람 따라 섬으로 떠나봅니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배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섬으로, 전체 길이가 약 5km 정도의 순환 산책로로 구성돼 있어 2~3시간이면 천천히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 섬의 특징은 ‘바람길’이라 불리는 해안산책로입니다. 바다를 옆에 두고, 도보 전용 길을 따라 오직 걷고 쉬고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해발이 낮고 평지 위주라 무릎이나 허리에 부담이 없고, 곳곳에 벤치, 포토존, 작은 식당도 있어 하루 종일 천천히 즐기기에 적합합니다.

협재해변은 가파도 일정 후 들르면 좋은 오후 코스입니다. 백사장이 고르고 바닷물이 얕아 발만 담그고 앉아 있어도 시원합니다. 해변 뒤쪽에는 소박한 전통 카페와 지역 상점이 있어 아이스크림이나 차 한 잔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식히기 좋습니다.

여행자 TIP: 가파도에서는 전복죽이나 흑보리비빔밥, 귤막걸리 등을 맛볼 수 있고, 협재에서는 해초비빔밥, 고등어구이, 우도땅콩아이스크림 등을 추천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일몰 전 조용히 해변에서 하루를 마무리해보세요.

제주에서 바람처럼 천천히, 쉼처럼 조용하게

제주는 누구나 오지만, 천천히 걷고, 조용히 머물고, 깊이 쉬는 여행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소중해집니다.

이번 여름, 빠르게 다니는 여행보다 느리게 걸으며 나를 마주하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숲과 바다, 작은 섬과 찻집이 있는 제주에서 당신만의 여름 쉼표를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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