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유독 화를 내는 아이, 나만 그런 걸까?
30대 후반에 둘째 아이를 낳은 나는, 지금 50대의 중학생 엄마다.
아이 하나 키워봤다고 육아를 다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와는 너무도 다른 ‘둘째 아들’의 사춘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짧아지고, 눈은 잘 마주치지 않고, 무엇보다도 유독 ‘엄마’인 나에게만 날카로운 말과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
친구에게는 예의 바르고, 선생님에게는 깍듯한 아이가 왜 엄마에만 이토록 공격적이고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하던 어느 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정재승 박사의 ‘우리는 왜 그렇게 엄마에게 화를 내는 걸까요?’라는 콘텐츠를 접했다.
그 안에는 단순한 심리 분석을 넘어, 뇌 구조가 말해주는 과학적 이유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계기로, 아이의 반항 뒤에 숨겨진 ‘사랑의 흔적’과 엄마로서 내가 느끼는 억울함과 상처의 이유를 조금씩 이해해보려 한다.
아이는 엄마를 ‘자기 자신’처럼 느낀다
정재승 박사는 아이의 뇌에 존재하는 감정 인지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뇌 속에는 ‘나’를 인지하는 영역과 ‘타인을 인지하는 영역’이 분리되어 있지만, '나'를 인지하는 영영과 ‘가장 가까운 타인’을 인식하는 영역은 자기 인식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즉, 뇌는 엄마를 ‘외부의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의 연장선처럼 느껴 동일시한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을 통제하듯, 엄마 역시 통제하려 한다.
엄마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거나,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마치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쉽게 분노로 이어지고, 아이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에게 그 감정을 쏟아낸다.
“왜 나한테만 이래?” 그 말 안에 담긴 복잡한 진심
아이의 반항은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엄마라는 존재를 시험하려는 심리가 숨어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엄마는 날 사랑할까?"
"내가 버릇없게 굴어도 엄마는 나를 이해해 줄까?"
아이들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엄마에게 감정 자체를 던지는 방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엄마는 아이가 기대는 유일한 감정적 배출구이며, 그 신뢰가 클수록 감정의 파고도 거세진다.
하지만 그걸 받아내는 엄마는 사람이다.
내가 정성껏 건넨 말이 비수처럼 돌아올 때,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다.
갱년기와 사춘기의 대립이다.
아이도, 엄마도, 감정 안에서 함께 자란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울컥하고, 내가 참지 못해 뱉은 말 한 줄에 깊은 후회가 몰려온다.
그리고 나는 안다.
아이도 혼란스럽고, 나도 혼란스럽다는 것을.
나는 이미 50대가 되었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지만, 사실 지금도 엄마로서의 나를 완성해 가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 앞에서는 누구나 아이다
엄마라는 자리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아이에게는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공간이고, 나에게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려는 마음이 전부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도, 내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아이였다.
어른이 되어도, 엄마 앞에서는 눈물이 먼저 나고 무슨 말보다도 “엄마”라는 단어만으로 마음이 풀리는 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 아이도 언젠가는 자신 안의 ‘어린 나’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란다.
사랑하고 부딪히고, 상처받고 안아주면서.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모두 여전히 누군가의 아이와 엄마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