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로 살아온 시간만큼, 내 스타일엔 나의 삶이 담겨 있다
50대 초반의 나는, 22살에 쇼트커트를 처음 자른 이후 거의 30년 가까이 짧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며 살아왔다. 결혼식 즈음 단 한 번, “긴 머리로 베일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어깨까지 머리를 길러본 적은 있었지만, 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시 ‘짧은 스타일의 나’로 돌아왔다.
🧍♀️ 짧은 머리는 나의 정체성이다
누군가는 긴 머리에 여자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짧은 머리는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일상이었고, 무엇보다 나답게 나이 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짧은 머리는 매일 말려야 하고, 조금만 길어도 모양이 무너지고, 3~5주마다 정리하지 않으면 금세 지저분해진다. 그러나 그 불편함보다, 거울 속 내 모습에서 느껴지는 자기다움과 자유로움이 더 컸다. 그래서 30년 동안 짧은 머리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서울에서 커트하면, 머리에 생기가 돌았다
나는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 가끔 압구정의 헤어살롱에서 일하는 지인 디자이너에게 들렀다. 그곳은 아로마 향이 은은하게 흐르고 진열해 놓은 제품들부터 부산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커트가 시작되면, 그는 내 두상, 모발 흐름, 숱의 양, 얼굴형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정밀하게 선을 잡고, 흐름을 이어간다. 마지막 슬라이싱은 마치 ‘조각’을 하듯 가위 대신 감각으로 머리카락을 깎는 듯한 느낌.
커트가 끝나면, 무게는 가벼운데 볼륨은 살아 있고, 숱을 자르지 않았는데도 시원하며, 드라이를 하지 않아도 모양이 유지된다.
“머리가 살아있는 느낌” 그것이 서울에서 커트하고 나올 때마다 드는 감정이었다.
💳 퇴사 전엔 감수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부담이다
서울의 미용실이 좋은 건 알지만,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부산에 있는 몇몇 이름 있는 헤어숍에서도 커트를 받아봤다. 그 가격이 보통 6만~7만 원 이상.
퇴사 전, 직장 다닐 땐 "이건 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며 감수했다. 매달은 아니더라도 5~6주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고정 수입이 없는 퇴사자의 삶. 매달 그 비용을 감당하기엔 아무리 나 자신을 위한다 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현실은, 미용실 가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흐트러져간다.
🧠 기대했던 미용실, 실망으로 돌아오다
얼마 전엔 ‘압구정 순수 출신’ 디자이너가 부산에 오픈한 샵을 기대하면 찾았다. 검색도 꼼꼼히 하고, 후기도 읽고, 마음속으로는 “이제 정착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또 한 번의 실망. 아주 자신 있는 말투로 "마음에 들면 주변에 소개 많이 해 달라"라고 했는데 숱가위로 그야말고 전형적인 '부산스타일' 전체적으로 쳐내버렸다.
커트 직후 다시는 오지 말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가서 거울을 보고 또 보고 , 하루 이틀 지나자 머리는 퍼지고, 결은 흐트러지고, 더욱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날의 기분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부산과 서울의 수준 차이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 서울과 부산, 헤어스타일의 감성 차이
- 서울: 디자인 중심, 선과 구조를 살리는 ‘설계형 컷’
- 부산: 부피 중심, 숱을 치며 손맛으로 완성하는 ‘실용형 컷’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 차이도 있겠지만, 분명 도시가 가진 뷰티 문화 자체의 결이 다르다.
💡 그래서, 현실적으로 내가 하는 짧은 머리 유지법
퇴사 후 수입이 불안정해진 지금, 예전처럼 고가의 미용실은 다닐 수 없지만 그래도 나만의 스타일은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실천하고 있는 몇 가지 현실적 팁.
- 커트 주기를 정확히 정하기 (5~6주)
- “숱은 치지 말고, 선만 정리해 주세요”라고 확실히 전달
- 전 컷트 사진 저장해서 미용실에서 보여주기
- 앞머리/옆머리는 드라이기로 방향 잡아 고정
- 왁스나 볼륨 파우더로 간단하게 볼륨 유지
- 스타일 잘 맞는 디자이너 만나면 정착하기
🌷 짧은 머리, 계속 짧게. 하지만 ‘내 스타일’로 짧게.
짧은 머리는 나의 경력과 나의 감성, 그리고 내 삶의 단정함과 리듬을 담은 스타일이다.
고가 미용실만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내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디자이너’는 반드시 필요하다. 가격보다 중요한 건, 내 머리와 마음을 함께 다듬어주는 손길이다.
🔚 그래서, 결론은…
짧은 머리를 유지하는 건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일이 아니다. 그건 내 취향이고, 내 리듬이고, 내 삶을 ‘나답게’ 이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나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50~60대라도, 내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일을 해야 하는구나.”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을 당당하게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는 ‘짧은 머리 스타일’ 일 수 있고, 누군가는 ‘좋은 음식’, 누군가는 ‘여행’, 누군가는 ‘예쁜 옷’ 일 수도 있다.
내가 나에게 주고 싶은 것을 남 눈치 안 보고 선택할 수 있으려면, 아직은 ‘일하는 나’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 오늘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작은 공감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여전히 일하며, 여전히 아름답게 살아가는 중입니다. 😊